바울은 어제 본문의 주제에 이어서 당시 고린도교회의 성스러운 식탁교제, 즉 성만찬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자칫 오늘 본문의 말씀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면, 오늘날 성찬식 때만 사용되는 성경구절로 오해할 수 있는데, 당시 바울은 이 구절들을 고린도교회가 성만찬에 사용하라고 쓴 것이 아닙니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잠시 말씀드리면, 바울이 편지를 썼던 초대교회에는 교회에서의 공동 식사와 성례전 성찬이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우리가 주일 예배를 마치고, 함께 모여서 식사하는 것 그 자체가 바로 거룩한 식탁, 즉 성찬이었고, 성찬식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비교적 유족한 사람들인 고린도교회의 상당수 교인들은 저녁 일찍이 이미 모여서 공동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머지, 가난한 교인들이 문제였습니다. 이들은 늦게 일을 마쳐야 했으므로, 이 공동식사에서 제외되거나, 아니면 먼저 식사한 사람들이 남겨둔 것을 겨우 먹을 따름이었습니다. 이에 바울은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 거룩한 식사는 단순히 시장함을 달래기 위하여, 식욕을 만족시키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말합니다. 교회에서 그리스도의 보혈로 함께 거룩케되어, 한 하나님 아버지를 섬기게 된 형제자매들과의 식사는, 단순히 허기를 달래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발생했던 사건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러므로 1차적으로, 고린도교회 형제 자매들은 교회에서 형제들과 함께 식사하는 이 시간에 대하여, 우리 주께서 잡히셨던 날 밤에 이루어졌던 제자들과의 그 식탁 자리, 즉 우리 주께서 내 이름으로 모이는 곳에 주께서도 함께 임재하시는 그 거룩한 자리로 여겨, 거룩하게 대하여야 했던 것입니다.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바울은 오늘 고린도전서 11장 34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누구든지 시장하거든 집에서 먹을지니 이는 너희의 모임이 판단 받는 모임이 되지 않게 하려 함이라 단순히 시장기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 거룩한 식탁에 참석하는 자들은 차라리 집으로 가서 밥을 먹으라 그것이 낫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비교적 유족한 사람들이 빨리 일을 끝내고 와서, 먼저 저녁식사로 준비된 한정된 음식을 다 먹어버림으로 말미암아, 뒤늦게 온 가난한 형제들이 먹을 것이 없는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은, 오늘 27절과 같이 주의 떡이나 잔을 합당하지 않게 먹고 마시는 것이고, 이것은 주의 몸과 피에 대하여 죄를 짓는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바울은 계속해서 말합니다. 28절,
28    사람이 자기를 살피고 그 후에야 이 떡을 먹고 이 잔을 마실지니
29    주의 몸을 분별하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자는 자기의 죄를 먹고 마시는 것이니라
30    그러므로 너희 중에 약한 자와 병든 자가 많고 잠자는 자도 적지 아니하니

즉, 하나님께서는 병고와 돌연한 죽음을 일으키심으로써 고린도 공동체의 좋지 못한 상태에 대하여 주의를 환기시키신다는 것입니다. 오늘 33절이 핵심구절이지요.
33 그런즉 내 형제들아 먹으러 모일 때에 서로 기다리라

기다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기다리라고 하는 이 요청은 바울이 가난한 형제자매들에게 하는 요청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일을 일찍 끝마치고 교회로 모일 수 있는 형제들에게 하는 요청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핵심 원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기다리는 것’입니다. 특별히, 유산자, 유족한 자, 먼저 된 자들이, 가난한 자, 없는 자, 나중 된 자들을 위하여 기다리는 것, 기다릴 줄 아는 것, 이것이 바로 교회 공동체의 원리이고, 하나님 나라의 원리입니다.

세상은 이것과 정 반대로 돌아가지요. 세상의 기준은 유산자, 강한 자, 기득권자들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즉 힘 없고,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을 향한 배려와 기다림은 아예 없거나, 거의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오늘 본문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하나님의 백성들인 너희들은, 힘 있는 자, 유산자들이 기준과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 힘 없는 자들이 기준과 중심이 되어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돈 있는 사람들은 일찍 일을 끝내고 와서 밥을 먹을 수 있지만,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먼저 숟가락 들지 말고,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그리할 때 늦게 일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 가난한 형제자매들의 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 그리고 이것이 바로 한 하나님 아버지를 섬기는 가족 공동체이며, 이것이 바로 말 그대로 한 구역 식구, 한 구역 가족인 것입니다. 교회가 변질되었다는 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이 원리대로, 힘 없는 자들, 가난한 자들을 중심으로 해서 교회가 운영되지 않고, 힘 있는 사람들, 돈 많은 사람들 중심으로 교회가 운영됨으로 말미암아, 가난해서 일 늦게 마치고, 늦게 오는 사람들은 못 먹는 거지 뭐! 인생은 선착순이지!, 먼저 온 사람 순서대로 밥 줘야지! 그거 언제까지 올때까지 다 기다리냐고 하면서, 세상 방식대로 교회가 운영되는 것, 이것이 바로 교회가 변질되는 것이며, 교회의 교회다움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들 가운데는 혹여나 우리 가난한 형제자매들, 우리 힘없는 형제자매들을 위하여 기다려주어야 할 영역은 있지 않습니까 만약 오늘 우리가,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고린도전서 11장 33절 말씀과 같이, 그런즉 내 형제들아 먹으러 모일 때에 서로 기다리라고 말씀하시는 이 하나님 말씀의 원리대로 교회를 운영한다면, 오늘 우리는 어떻게 사역하고, 목회하고, 구역 식구들을 돌볼 수 있을까요.
오늘 말씀을 통하여 주시는 그리스도의 은혜가 우리들 가운데 가득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