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빌레몬서 1:1-14
바울은 빌레몬에 대한 소개와 감사를 한 후 오네시모라는 종에 대하여 간구하는 부탁을 합니다. 오네시모는 그의 주인 빌레몬에게 해를 끼치고 달아난 노예입니다. 그는 빌레몬에게 무언가를 훔쳐서 달아났든지, 아니면 어떤 중요한 일을 맡아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고 그냥 도주해 버린 종이었습니다. 당시 로마법에 의하면 주인에게서 도망친 노예는 사형에 처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10절에서 ‘갇힌 중에서 낳은 아들 오네시모’ 라고 말은 이 오네시모가 로마에까지 도망쳐 왔다가 후에 체포되어 로마감옥에서 바울의 사역을 통해 회심하고 그리스도인이 된 것을 말해준 것입니다. 그리고 바울 곁에서 수종드는 자가 된 것을 12절에서 ‘심복’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습니다. 심복이라는 단어는 목숨까지 기꺼이 바치는 충성된 신하를 일컫는 말입니다. 마음을 숨기지 않고 꾸밈없이 소통할 수 있는 신뢰의 관계가 심복입니다. 그만큼 소중한 관계가 되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골로새서 4장 8절에서는 ‘신실하고 사랑받는 형제’라고 소개할 정도로 오네시모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변화되었음을 말해 줍니다.
바울은 그리스도인이 되어 변화된 오네시모를 계속 곁에 머물게 하여 자기를 시중들도록 하는 것이 유익하여, 선한 일에 억지가 되지 않도록 원래 주인이었던 빌레몬에게 돌려보내 용서받고 주안에서 한 형제로 받아들여 줄 것을 간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세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첫째는 아무리 옳고 선한 일이라 해도 윗사람의 강압과 명령이 아닌 당사자의 승낙과 자원함으로 일이 진행되어야 함을 배우게 됩니다. 그 이유는 서로 동역자이기 때문입니다. 동역의식이 없고 상하관계로 인식하게 되면 일방적인 지시나, 강압에 의해서 억지로 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동역의식을 가지게 될 때 서로 존중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에서는 나이와 서열, 계급을 따지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서로 존중하며 동역할 때 그리스도의 사랑이 더 풍성하게 나타나게 될 것을 믿습니다.
둘째는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차별 없는 형제라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빌레몬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용서와 사랑과 계층을 뛰어넘는 형제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울은 노예 제도의 페지를 명시적으로 주장한 바는 없지만 오히려 그것을 용인하는 말을 한 적은 있습니다.(고전7:20) 그러나 한편으로 자유할 수 있다면 자유하라고 하였으며, 그리스도 안에서는 종이나 자유자의 구별이 없다고 말하였습니다.(고전7:21) 빌레몬서는 이러한 바울의 언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오네시모를 통해 정확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교회는 남녀노소, 헬라인과 유대인, 자유자와 노예 등에 차별을 두지 않아야 합니다. 사회적인 약자들을 돌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모두가 하나님께 용서받은 죄인이며, 모두가 주 안에서 하나임을 믿었기 때문에 가능할 것입니다.
셋째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사람에게 잘못한 것에 대하여도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바울이 오네시모를 정말 아낀다면 빌레몬에게 돌려보내지 않고도 자신 옆에 둘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네시모를 빌레몬에게 보낸 것은 그가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고 용서를 구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진정한 회심은 자신의 죄에 대한 분명한 고백과 함께 자신이 잘못한 사람에 대하여 배상하는 일도 필요한 것입니다.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하여 하나님께만 고백하고 용서받았다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고치고 배상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은 올바른 회개의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는 삭개오의 고백을 기억해야 합니다.
“삭개오가 서서 주께 여짜오되 주여 보시옵소서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갑절이나 갚겠나이다” 8절
또 한편으로는 빌레몬에게 완전한 용서를 받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용서를 받아야 오네시모는 죄에서 자유롭게 되기 때문입니다. 빌레몬에게는 사실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에게 해를 끼치고 도망한 노예를 용서한다는 것을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빌레몬은 용서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의 사랑을 입고 용서받았기 때문입니다. 용서받은 사람은 용서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용서의 삶을 실천했을 것이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