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6:36-46

오늘 본문의 소제목은 '겟세마네 동산에게서 기도하시다'입니다.
오늘 본문과 같은 사건을 기록한 누가복음 22장 39절은 예수께서 습관을 따라 감람산으로 가시매 제자들도 따라 갔더니라고 기록하였습니다.
누구나 예수님과 같이, 잠시 후 십자가를 져야하는 엄청난 상황 앞에서는 기도하게 됩니다. 그러나 큰 일을 닥쳤다고 해서 누구나 기도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누가복음을 기록한 누가는 주께서 십자가 지기 전날 밤, 예수님으로 하여금 기도의 동산으로 있게 한 한 가지 동인은 바로 예수님의 기도 '습관'이었다고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습관은 들이기는 쉽지 않지만, 참으로 무서운 것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어버리는 것도, 습관입니다.

십자가 지시기 전날 밤 주께서는 습관을 따라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 동산으로 가셨고, 제자들 중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따로 데리시고 가실새 그들에게 예수님의 속마음을 그대로 털어 놓았습니다. “내 마음이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성난 파도를 잠잠케 하시고, 병든 자들 다 고치시고, 귀신 들린 자 낫게 하시고, 죽은 자까지 살리셨던 천하무적 같았던 우리 주께서, 제자들 앞에서 ‘죽겠다’라는 표현을 쓰실만큼, 우리 주님의 마음은 참으로 고통스러우셨습니다. 주님은 이 마음을 숨기지 않으시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기 사람들 곧 제자들에게 오픈하셨습니다. 우리 주께서 얼마나 최측근들과 공간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친밀함을 누리시고, 유지하셨던가가 이런 대목에서도 그대로 다 드러나는 것입니다. 자기 마음을 그대로 오픈하시면서, 예수님이 기도하는 동안 제자들도 함께 깨어있기를 부탁하셨습니다.

그러고는 조금 나아가사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려 기도하셨습니다.
“내 아버지여 만일 할만 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겟세마네에서, 예수님의 이 기도에 대하여 마가복음 14장 36절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이르시되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

기도의 첫 시작이 아빠 아버지로 시작합니다. 아람어 ‘아빠’도 우리말 아빠와 같이 아버지를 친밀하게 부르는 용어입니다. 그러나 우리말 아빠보다는 훨씬 존경의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그런데 기도 중 하나님을 부르는 이 ‘아빠’라는 단어가 제자들에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의 기도문에 ‘아버지’라고 까지 부르는 기도문은 존재하지만, 하나님을 ‘아빠’라고 불렀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얼마나 우리 하나님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셨는가를 독보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적인 대목인 것이지요.

심히 고민되고, 번민하여 죽을 것 같은 마음까지도 제자들에게 그래도 오픈하며 ‘친밀함’을 누리셨던 예수님은 사실, 그 이전에 습관을 따라 산에 오르시며, 아빠 하나님과 누구보다도 친밀한 관계를 누리셨고, 가지셨습니다.

겟세마네에서 우리 주님은 같은 간구를 세 번 올리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빠 아버지여. 만일 할만 하시거든 이 잔, 곧 세상의 모든 죄를 지고 십자가에서 죽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공의와 하나님의 사랑을 동시에 이루어드리는 이 잔을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이 기도를 하시고 제자들에게 왔으나 베드로와 세베대의 두 아들 곧 야고보와 요한은 졸고 있었습니다. 이에 주님은 그 자는 것을 보시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나와 함께 한 시간도 이렇게 깨어 있을 수 없더냐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주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신 이유도, 오늘 본문 마태복음 26장 겟세마네 기도 직전에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주께서 말씀하시길, 오늘 밤에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 스가랴 13장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제자들이 오늘밤 다 주를 부인하고 떠나게 될 것을 말씀하셨을 때, 모든 제자들이 가만히 있는데 베드로 혼자서, “주님, 모두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나만은 결코 주를 부인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대답했지요.

이 대답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내가 기도하는 동안 깨어 있어 달라는 이 주님의 부탁 앞에서도, 너무나 쉽게 무너져내리는 베드로의 연약함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하시고 다시 두 번째 나아가 기도하여 이르시되

“내 아버지여, 아빠 아버지, 만일 내가 마시지 않고는 이 잔이 내게서 지나갈 수 없거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또 그들을 두시고 나아가 세 번째 같은 말씀으로 기도하신 후 이에 제자들에게 오사 이르시되 이제는 자고 쉬라 보라 때가 가까이 왔으니 인자가 죄인의 손에 팔리느니라 일어나라 함께 가자 보라 나를 파는 자가 가까이 왔느니라

오늘 본문의 예수님의 기도의 핵심은 적어도 소위 말하는 ‘하늘보좌를 움직이는 기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나의 간절한 간구로 하나님의 마음을 돌이키는, 하나님의 마음까지 움직여버리는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께서 이 땅에 자신을 보내신 이유, 그리고 이제 자기 눈 앞에 당도해 있는 이 잔을 마심으로 말미암아 완성되는 하나님 아버지의 구속의 대역사 앞에서, 기꺼이 자기 앞에 있는 이 잔을 마시게 해 달라는 기도였고, 장차 내 눈 앞에 어떠한 고난과 환난이 닥쳐온다 할지라도, 끝까지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을, 어떠한 고난과 환난과 핍박에 굴하지 않고, 뚜벅뚜벅 그 길 걷게 해 달라는 간구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 번의 간구 이후에, 우리 주께서는 주님의 기도대로, 자신의 뜻이 아닌 아버지의 뜻대로,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가셨고, 하나님의 위대한 구속의 역사를 이루셨던 것입니다.

물론, 성경에는 하늘보좌를 움직이는 듯한 기도들도 있습니다. 히스기야의 기도가 대표적인 것이지요. 그러나 동시에, 어쩌면 하늘보좌를 움직이는 것보다 더 힘들어보이는 내 마음을 주님의 뜻에 맞추어서, 결국 주님의 길을 끝까지 걷게 하는 ‘주기도문’의 세 번째 간구, 곧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와 같은 기도가, 오늘날 이 땅에서는 더 강조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마음에는 하늘의 뜻, 마음에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드리고 싶지만, 실제 우리 삶 속에서는, 날마다 우리의 삶 속에서는, 하나님의 뜻, 하늘의 뜻보다는, 나의 연약한 육신으로 말미암아, 너무나 쉽게 ‘아버지의 원’은 온대 간대 없고, 내 원대로, 내가 하고픈 대로 살아버리는...

말씀 마무리 짓겠습니다.
우리 주께서는 십자가 지시기 전날 밤까지도, 습관을 따라 기도의 동산으로 오르셨습니다. 주님은, 그의 제자들에게 죽을 것 같은 자기마음을 그대로 오픈하시면서 얼마나 그 동안 제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셨는가, 동시에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시는 그의 기도 속에서, 제자들과의 이러한 친밀함은 바로 하나님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에서 말미암았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세 번 반복되었던 주님의 간구는 바로 하나님 아버지의 뜻에 자신의 뜻을 복종시키는 과정이었고, 이 세 번의 간구 이후 주께서는 자기가 걸어가야 할 그 길, 곧 자기 눈 앞에 있는 고난의 잔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 고난의 잔을 절대로 피하지 않겠다고, 부인하지 않겠다고 장담했던 베드로는, 연약한 육신 앞에 너무나 쉽게 허물어져버렸지만, 시험에 들지않게 깨어 기도하셨던 우리 주님께서는, 끝까지 아버지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명을 완수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말씀을 통하여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들 가운데 가득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