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잠언 8:22-36

22-31절 말씀을 보면 계속해서 지혜의 자기 소개가 1인칭 화법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지혜의 실제적 유익을 강조한 앞부분과 비교할 때 본문에서 강조하고 있는 바는 지혜의 영원성입니다. “여호와께서 그 조화의 시작 곧 태초에 일하시기 전에 나를 가지셨으며 만세전부터, 상고부터, 땅이 생기기 전부터 내가 세움을 입었나니 아직 바다가 생기지 아니하였고 큰 샘들이 있는 전에 내가 이미 났으며 산이 세우심을 입기 전에, 언덕이 생기기 전에 내가 이미 났으니 하나님이 아직 땅도 들도 세상 진토의 그누언도 짓지 아니하셨을 때에라”(22-26절). 이미 언급했듯 지혜는 그 근원이 “여호와께”있습니다. 그 근원은 영원입니다. 이 사실이 본문에는 “창조 이전에 하나님께서 지혜를 가지셨고, 세움을 입었고, 태어났다”라고 표현되었습니다. 지혜의 근원을 밝히는 이 구절에서 사용되고 있는 세 단어는 지혜와 하나님의 관계성에 대해 시사해 줍니다. 먼저 “가지다”라는 말은 ‘사다, 혹은 취하다’라는 뜻으로 지혜와 하나님 사이의 불가분의 관계성을 강조하며, ‘세우다’는 말은 ‘주조하다’는 뜻으로 하나님 안에서 그 틀이 형성되었음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나다”는 말은 ‘산출하다, 창조하다’는 뜻으로 역시 하나님과의 깊은 관련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세 가지 단어는 모두 지혜와 하나님의 긴밀한 관계성, 즉 지혜의 근원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본문은 이같은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고자 창조기사를 거론하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 조화의 시작 곧 태초에 일하시기 전”이란 하나님께서 창조 사역을 행하시기 이전을 가리킵니다. “만세 전, 상고부터”란 말 역시 동일한 의미를 반복한 것으로서 창세기1:1-5를 연상케 합니다.
-“아직 바다가 생기지 아니하였고 큰 샘들이 있기 전”이란 창조 둘쨋날에 관한 내용들, 즉 창세기 1:6-8을 연상케 합니다.
-“산이 세우심을 입기 전에, 언덕이 생기기 전에 내가 이미 났으니 하나님이 아직 땅도 들도 세상 진토의 근원도 짓지 아니하셨을 때”는 창세기 1:9-10을 연상케 합니다.

지혜의 근원에 관한 이 같은 진술은 지혜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키고 이로써 교훈을 듣는 자들로 하여금 지혜를 얻는 일에 더욱 열심을 내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지혜의 존재적 특성은 모든 것을 지으신 하나님과의 관련성에 기인합니다. “그가 하늘을 지으시며 궁창으로 해면에 두르실 때에 내가 거기 있었고 그가 위로 구름 하늘을 견고하게 하시며 바다의 샘들을 힘 있게 하시며 바다의 한계를 정하여 물로 명령을 다스리지 못하게 하시며 또 땅의 기초를 정하실 때에”(27-29절). 본문은 하나님의 창조와 관련해서 지혜에 대한 중요한 두가지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첫째는 지혜가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함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특성에 대한 시적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지혜가 하나님과 더불어 창조 사역을 했다는 것입니다. 지혜가 곧 하나님은 아닙니다. 지혜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특성으로서 창조 사역을 관여했습니다.

하나님의 속성과 하나님 자신은 동일시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고 했을 때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님의 속성이 사랑이라는 것이지 사랑이 곧 하나님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은 의로우시지만 의가 곧 하나님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지혜는 하나님의 특성으로서 하나님의 창조에 참여한 것입니다. 여기서 또 다시 창조 기사가 거론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늘을 지으시며 궁창으로 해면에 두르실 때”라는 구절은 창세기 1:1-5의 창조 첫째날에 관한 내용을 연상케 합니다.
-“위로 구름 하늘을 견고하게 하시며 바다의 샘들을 힘있게 하시며 바다의 한계를 정하여 무로 명령을 다스리지 못하게 하시고”라는 구절을 창세기 1:6-8의 창조 둘째 날에 관한 내용을 연상케 합니다.
-“땅의 기초를 정하실 때”라는 구절은 창세기 1:9-10의 창조 넷째 날에 관한 내용을 연상케 합니다.

이상의 내용들은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있어서 지혜가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지혜의 근원과 그 가치가 얼마나 엄청나고 신뢰할 만한 것인가를 일깨웁니다. “내가 그 곁에 있어서 창조자가 되어 날마다 그 기뻐하신 바가 되었으며 항상 그 앞에서 즐거워하였으며 사람이 거처할 땅에서 즐거워하며 인자들을 기뻐하였었느니라”(30-31절). 이는 창세기에서 거듭 언급되고 있는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라”는 말씀과 일치합니다.(창 1:4, 10, 12, 25, 31). 지혜가 창조주 하나님의 동역자로서 그 사역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지으신 모든 것으로 인해 함께기뻐 했다는 사실 역시 하나님과 지혜의 밀접한 관계성을 표현한 것입니다. 지혜는 이처럼 창조의 근원 되므로 이 지혜와 가까이 하지 않고서는 참다운 존재가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지혜와 더불어 모든 세계와 인간을 창조하셨으므로 인간이 그 본분을 다하고 참되게 살아가려면 지혜를 구하고 지혜와 더불어 행해야 합니다.


32-36절 말씀을 보면 지혜의 근원은 창조주 하나님이라는 사실에 이어 마지막으로 지혜의 교훈을 따르는 자는 복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약속이 선포됩니다. “아들들아 이제 내게 들으라 내 도를 지키는 자가 복이 있느니라”(32절). 또 다시 지혜의 부름이 이어집니다. 부모가 그 자녀를 부르는 것처럼 “아들들아”라고 한 것은 자신의 부름을 들으라는 간절한 권면이자 이에 응답할 때 복된 삶이 주어질 것을 분명히 약속해 주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지혜의 더욱 구체적인 권면이 이어집니다. “훈계를 들어서 지혜를 얻으라 그것을 버리지 말라 누구든지 내게 들으며 날마다 내 문 곁에서 기다리며 문설주 옆에서 기다리는 자는 복이 있나니 대저 나를 얻는 자는 생명을 얻고 여호와께 은총을 얻을 것임이니라”(33-35절) 훈계를 경청하는 것이 지혜를 얻는 길이며 부지런히 배우는 자세로 지혜의 가르침대로 행하면 반드시 복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지혜로 인해 누리게 될 복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생명을 얻고 여호와께 은총을 얻는 것입니다. 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풍성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지혜를 잃는 자는 생명을 잃고 여호와의 은총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나를 잃는 자는 자기의 영혼을 해하는 자라 무릇 나를 미워하는 자는 사망을 사랑하느니라”(36절). 지혜를 잃는다는 것은 스스로 지혜를 무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혜를 붙들지 않는 자에 대해 본문은 “자신의 혼을 해하는 자, 사망을 사랑하는 자”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가 자기 영혼을 해치고 생명 대신 사망을 사랑하겠습니까? 그러나 지혜를 무시하고 그것을 붙들지 않는 행위는 곧 자기 생명과 영혼을 해치는 일입니다. 지혜를 얻느냐, 아니면 지혜를 잃느냐는 문제는 곧 자신의 생명을 사랑하느냐 아니면 미워하느냐 문제입니다. 생명을 얻고 풍성한 삶을 살려면 지혜를 얻어야 합니다.